이번엔 실효성 있는 제도될까…한우법 시행령·시행규칙 21일 시행

중기업 이상 진입에 조사료 확보 의무…수급조절·경영개선자금 심의할 한우산업발전협의회 구성

이현우 기자
승인 2026.08.25 12:52수정 2026.08.2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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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우산업의 체질 개선과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법적 기반을 완비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한우산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제정해 지난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사료비 부담과 반복되는 소값 등락 속에서 경영 불안을 겪어온 한우농가를 위해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법제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5개년 종합계획 수립과 수급조절 체계 구축
이번에 시행되는 한우산업법의 핵심은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산업 기반 마련이다. 농식품부는 실태조사와 통계를 바탕으로 5년마다 한우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연도별 시행계획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또한 한우산업발전협의회를 구성해 한우 수급조절, 도축·출하 장려금 지급, 송아지 생산안정 지원사업(송아지생산안정제), 경영개선자금 지원사업 등 현장 직결형 정책을 심의한다. 특히 실효성 논란이 있던 기존 송아지생산안정제의 발동 기준을 현장 실정에 맞게 마련해 한우 생산 기반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기업 참여 기준 강화 및 농가 상생 의무화
기업의 한우 생산업 진입에 따른 기존 농가의 피해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포함됐다. 규제 대상은 중기업(대기업,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 등) 이상이다.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르면 중기업은 3년 평균 매출액이 15억~140억 원(업종별 상이)을 초과하되 400억~1800억 원 이하인 기업이다. 자산총액 5000억 원 이상이면 매출액과 관계없이 중소기업에서 제외된다.

이들이 한우 생산업에 참여하려면 저탄소 영농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한우산업법 시행규칙 별표(한우 생산업 참여 기준)는 이 계획에 △메탄저감제가 첨가된 사료 급여 △사육월령 28개월 이하 한우의 출하량을 연간 전체 출하량의 30% 이상으로 유지 △재래식 퇴비화시설에 기계교반·강제송풍 설비를 설치한 분뇨 처리를 담도록 규정했다. 또 한우 생산에 필요한 조사료용 작물 재배 토지를 확보해야 하고 하계·동계작물을 연속적으로 재배하는 내용을 포함한 조사료용 작물 생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더불어 시행령은 해당 기업이 지역경제 영향 분석과 기존 농가와의 상생 협력 계획을 마련하고, 해당 시·군·구에서 한우 생산업에 종사하는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 지역 농·축협 등 생산자단체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하도록 규정했다.

한우협회 “새로운 백년대계” 환영…현장 실효성은 과제
전국한우협회(회장 민경천)는 24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한우산업의 새로운 백년대계를 열어갈 법적·제도적 기반이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뜻깊다”며 “사료비 상승과 쇠고기 수입시장 확대,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 속에서 어려움을 겪어온 한우농가에는 한우산업법 시행이 생업의 터전을 지키고 미래로 나아갈 든든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우산업법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우협회가 성명서에서 “법이 시행됐다고 해서 당장 한우산업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우업계에서는 송아지생산안정제의 발동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송아지생산안정제는 가축시장 송아지 평균 거래가격이 송아지 안정기준가격(6~7개월령)보다 낮아지면 그 차액을 보전하는 제도다. 번식농가의 송아지 재생산과 적정 사육 규모 유지, 농가 경영 안정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기준가격은 마리당 185만 원, 보전금은 가임암소 사육 마릿수 구간에 따라 마리당 10만~40만 원으로 차등 지급된다. 발동 기준은 가임암소 110만 마리 미만이다.

하지만 지급 요건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어 소값 폭락 시에도 작동하지 않는 한계가 꾸준히 제기됐다. 한우농가들이 발동 기준의 현실화를 요청하는 이유다. 실제로 소값이 급락한 2023년 1월 암송아지 평균 거래가격은 195만 1000원까지 떨어졌다. 기준가격 185만 원과의 차이는 10만 1000원에 불과했지만 보전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가임암소 마릿수가 발동 기준인 110만 마리를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농협경제지주의 한우 월간 리포트 7월호에 따르면 마리당 수송아지 가격은 496만 1000원(6월 기준), 암송아지는 363만 4000원이다. 기준가격과 시세 간 괴리가 커 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임암소는 155만 5000마리(6월 기준)로 발동 기준의 약 1.4배다.

기업의 참여 요건 검증 시스템을 엄격히 작동시켜야 한다. 형식적인 의견 수렴이나 조사료 확보에 그치지 않도록 지자체와 지역 농·축협, 전국한우협회 등 생산자단체의 실질적인 감독 권한을 보장하는 장치를 수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서영석 정책국장은 “한우산업법 시행으로 한우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첫발을 뗐다. 앞으로 정부가 세울 5개년 계획 등에 현장의 요구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담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농가 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정부·국회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아지 가격이 400만 원이 넘는 상황에서 현재 기준가격은 현실성이 없다. 그리고 실제 송아지를 낳는 암소와 비육 목적의 미경산·경산우를 명확히 구분하는 등 가임암소 기준을 바로잡아야 한다. 정확한 수급 파악이 전제돼야 송아지생산안정제가 실효성 있는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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